저학력-저소득층 파고 든 트럼프 정치, 한국서도 통할까

정치
노동정치
선거
저자

박영삼

공개

2024-11-22

박영삼의 통계로 보는 노동

NBS 원자료로 살펴 본 정당 지지층의 학력-소득-이념 분포와 변화

청년-보수이념 진원지는 고소득 계층…저소득 보수층은 여성 노년층에서 뚜렷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스마켓츠(smarkets)라는 정치 베팅사이트의 패트릭 플린(Patrick Flynn)이 트위터(X)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1996년 이후 지난 2024년까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득표율 격차를 학력과 소득 기준으로 표시해서 그 궤적을 그린 것이었다(아래 그림 1). 국내에서는 국승민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시사주간지에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기고문에서 이 그래프를 인용한 바 있다.

자료: Patrick Flynn의 X(@patrickjfl)

그래프는 역대 대선의 출구조사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클린턴과 오바마 시기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은 점점 더 고학력 고소득층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정당으로 변화한 반면, 공화당은 점점 저학력 저소득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정당으로 이동해 온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가 나섰던 세 번의 대선에서 공화당은 대단히 효과적으로 저학력-저소득층을 공략한 것으로 나온다. 그 결과 1사분면에 있던 공화당은 클린턴에서 오바마로 이어지던 16년 동안 민주당이 차지했던 3사분면 위치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그 영역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다수 유권자 영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25~34세 인구 중 대학졸업자 비율은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25~64세로 분모를 확장하면 그 비율은 30% 수준으로 떨어진다. 소득수준에서도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비대졸자와 저소득층 유권자를 공화당에 내준 것은 선거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토마 피케티도 2020년에 출간했던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주요 선진국에서 우파 포퓰리즘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많은 자산을 소유한 ’상인(=자본가) 우파’와 세계화의 이득을 누리는 고학력 엘리트들의 ’브라만 좌파’가 불평등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은 외면하면서 서로 적당히 담합하는 사이에, 이 과정에서 소외된 저학력-저소득 계층이 반세계화를 내세우는 국수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우파의 선동에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도 선거에 나설 때만 되면 민주당을 ’엘리트 위선자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쪽으로 열을 올렸고 그것이 결국 어느 정도는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고학력자 1위 국가 한국은 문제 없을까?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25~34세 청년 인구의 대학졸업자 비중은 70%를 넘기면서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화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평균소득과 국부가 증대하는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나라가 한국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국민 전체가 고학력이고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이 직면한 것과 같은 저학력-저소득층의 불만을 겨냥한 우파의 국수주의 반세계화 선동이 먹혀들만한 토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문제는 최근 수년간 나타나고 있듯이 세대갈등이나 젠더갈등이 핵심이지 학력과 소득계층의 문제는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갈등이나 젠더갈등의 이면에는 사회경제적인 계급 문제가 본질적인 배경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대학진학률이 80%에 가깝지만 수도권과 지방, 명문대과 비명문대간 차이는 엄연하다. 졸업 후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으며,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이 아닌 경우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과 격차 문제는 심각하다. 자산이 없는 부모세대는 자녀교육과 치솟는 집값에 등골이 휘고 노후대비를 못하고 빚을 떠안은채 저임금 일자리를 늙어서도 전전해야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그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으면 참고 견딜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다수에게 분명한 사실로 인식된다면 인내심을 내려두고 공격적 분노로 폭발할 위험이 적지 않다.

전국지표조사(NBS), 2024년 5월치까지 원자료 접근 가능

우리나라에서 성별, 세대, 계층, 교육수준 등 인구학적 특성과 지지정당, 정치이념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원자료가 공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선과 총선의 출구조사 자료는 공개된 적이 없고, 정기적인 정치여론조사의 원자료도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동일한 기관이, 같은 문항을, 동일한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필요한데, 일반에 공개되는 것으로는 4개 여론조사 회사(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격주마다 100퍼센트 휴대전화로만 조사하는 전국지표조사(NBS)가 유일하다.

그마저 아쉬운 것은 2020년 7월치부터 한국사회과학자료원(KOSSADA)를 통해 공개해온 이 자료의 업데이트는 2024년 5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비교가 가능한 가장 최근 자료는 2021년 5월과 2024년 5월이 된다. 각 자료는 전국의 18세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며 전국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전국 시도와 성별, 연령대별로 비례할당한 표본을 조사한 것이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이다.

이 자료로 패트릭 플린의 그래프와 유사한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그림 2 ). x축에는 교육수준(고졸이하면 1, 대학재학이상이면 2)을 표시하고 y축에는 소득계층을 5단계(상층, 중상층, 중층, 중하층, 하층)로 표시했는데 상층은 1점을 부여하고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1점씩 증가하며 가장 아래의 하층은 5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계산된 2024년 5월 우리나라의 18세이상 성인의 평균 교육수준은 1.60으로 60%가 대학재학 이상이다. 소득계층은 스스로 인식하는 주관적 경제계층으로, 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8.1%로 가장 많았고, 중층보다 상위에 속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18.7%(상 3.4%, 중상 15.3%)였으며, 중간보다 낮은 하위층에 속한다는 비율이 43.2%(중하 27.3%, 하 15.9%)로 훨씬 더 많다. 소득계층의 평균 점수는 3.37로 가운데인 3점보다 더 하위쪽으로 쏠려 있다.

민주당 저학력-저소득 계층 정당, 국민의힘 저학력-고소득 계층 정당

이러한 분포 하에서 각 정당 지지계층의 2021년 2024년의 학력과 소득계층의 분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소득계층은 평균 3.42로 평균보다 약간 낮은 중하위 계층이 더 많이 분포했고 교육수준은 1.58로 역시 평균보다 약간 더 고졸이하 지지층 비중이 높았다. 2021년에 비해서는 2024년이 평균학력과 소득계층이 약간 하향이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평균학력은 1.45로 고졸비중이 55%로 모든 정당 중에서 가장 많고 소득계층에서는 3.25로 평균보다 상위계층 비중이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2021년에 비해 2024이 지지층의 학력은 좀더 낮아지고 경제적 지위는 상위계층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평균을 기준으로 4분면으로 구분하면 민주당은 3사분면에 속하는 저학력-저소득 계층의 정당으로 볼 수 있고, 국민의힘은 저학력-고소득층 정당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다른 정당들 중에서는 개혁신당과 정의당, 조국혁신당이 1사분면에 속해 고학력-고소득층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분류되었고 진보당은 고학력 저소득층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지위 면에서는 개혁신당이 가장 소득상위층 지지 비중이 높은 정당으로 나타났고 정의당은 지지층의 학력수준이 가장 높은 정당이었다. 정의당은 특히 2021년 저소득층 지지정당으로 고소득층 지지정당으로 지지층 성격이 크게 변화됐는데 2024년 지지율이 크게 낮아져 표본오차가 큰 편이다. 조국혁신당은 경제적 지위와 교육수준이 유권자 평균에 가깝지만 민주당에 비해서는 고학력-고소득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당은 개혁신당과 고학력 지지층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지위에서는 하위층의 지지를 받아 상위층의 지지를 받는 개혁신당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자료: Tableau로 필자 작성(데이터 보기)

지지층 분포, 유권자 연령구성과 이념성향 밀접 연관성

이같은 지지층 분포는 유권자의 연령구성과 이념성향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림 3 의 그래프와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24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유권자의 평균 연령은 49.3세이며 이념성향은 2.98로 정확히 중도에서 평균을 이루고 있다. 각 정당들의 지지층 분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 평균연령은 50.2세로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면서 이념성향은 2.49로 진보적 성향의 지지층 분포를 보인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지지층 평균연령이 57.6세이며 이념성향은 평균 3.7로 강한 보수성향을 나타내 사분면 구도에서는 유일한 고령자-보수층 지지자 정당의 모습을 띄고 있다.

자료: Tableau로 필자 작성(데이터 보기)

한편 다른 정당들의 경우 조국혁신당이 평균연령 51.8세 이념성향 2.48로 민주당과 거의 유사한 연령-이념성향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진보당은 가장 진보적(1.79)이면서 지지층 평균연령이 54.5세로 상당히 높은 분포를 보인다. 정의당은 지지층이 줄어들면서 연령과 이념성향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는데 2021년에 비해 더 진보적이면서(2.43→2.21) 더 젊은층(44.6세→31.2세)으로 지지층이 변화됐다. 개혁신당은 지지층의 평균연령이 32.7세로 정의당과 같은 청년층 지지정당으로 위치를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중년-진보라면, 국민의힘은 고령-보수이고, 진보당은 고령-진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정의당이 청년-진보라면, 개혁신당은 청년-보수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성별 차이가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보수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런데 남성과 여성은 이러한 패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수화 경향을 나타내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보수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런데 남성과 여성은 이러한 패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림 4 ).

젊은 여성은 평균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노인 여성은 평균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경향을 띤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강도가 급격히 강화된다. 반면 남성은 40대와 50대가 가장 진보적이고 청년층과 노인층이 보수성향을 띤다. 그 결과 20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이념성향은 신뢰구간이 전혀 겹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자료: Tableau로 필자 작성(데이터 보기)

소득계층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데 남성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보수화경향이 강해지는데 반해, 여성은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이 가장 보수적이다.

청년-보수이념 진원지는 고소득 계층 … 저소득층 남녀 차이 별로 없어

이러한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이것에 대한 실마리는 성별 연령, 소득계층을 모두 한번에 놓고 비교해 보면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림 5 를 보면 청년들 중에서 자신의 소득계층이 중하층, 하층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남녀간 이념성향에서 별 차이가 없다. 남녀의 평균 이념성향은 2.82와 2.94로 거의 유사하다. 중층으로 가면 꽤 차이를 보이지만 남성의 보수성향 강도가 강한 것은 아니다. 중층 여성이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게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런데 중상층 이상으로 가면 그 차이가 훨씬 증폭된다. 젊은 여성은 중상층에 속한다 해도 진보적 성향에서 중층이나 중하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남성의 경우 중상층의 보수성향은 3.44로 노인 남성보다도 보수성향이 더 강하다. 젊은 중상층 남성의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것이다. 결국 청년층의 남녀간 이념차이는 젊은 고소득 남성들의 강한 보수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Tableau로 필자 작성(데이터 보기)

한국의 청년 ‘보수’ 현상은 저학력의 저소득 남성들이 갖는 여성과 진보에 대한 반감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고소득 젊은 남성들의 강한 보수적 성향 그 자체에서 진원지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열악한 처지의 소수자들이 갖는 반항심이 아니고 우월한 처지의 승자들이 가진 보수의식으로 볼만한 것이다. 오히려 저소득 계층의 보수성은 여성 노년층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정치가 할 일은 아직 보수에 빠지지 않은 청년들의 힘든 처지를 개선하고, 진보에서 멀어진 힘든 여성 노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일을 좀 더 제대로 해보는 것이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 (youngsampk@gmail.com)

이 기사는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글(2024. 11. 22)의 원글입니다.